무당벌레
무당 벌레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체
무슨 볼 일이 급한지
아직도 저쪽 끝으로
서둘러 기어가고 있다.
휴지로 닦아내려다 냄새를 맡는다.
갓 잘나낸 푸른 잎사귀의
풋풋한 향내가 진동하고
나는 은근히 그 향내를 즐긴다.
잠시 가만히 있던
그가 정신을 차렸는지
어디론가 기어가기 시작한다.
무당 벌레의 축축한 진액이
손 끝에 묻어 있다.
나도 당황하여 그의 뒤집혀진 몸을
엄지와 검지로 집으려 하지만,
여러 차례 미끄러진다.
마침내 나는 그의 몸을 집어
베란다 끝쪽에 집어 던진다
무당 벌레가 날아 들어왔다.
어찌 내 무릎에 불시
착륙을 했는지 모를이다.
그도 모를일이라는 듯, 뒤집어진 채
당황하며 날개를 퍼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