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0 09:58

무엇에게라도

조회 수 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iUKsWde.jpg

 

빗질

 

등뒤에 서서 무엇에게라도

빗질하고 싶다 무지개 빛 나는

고운 머릿결 만들어 주려고

참빗 하나 샀다

 

젖 물리는 모성 같아서

검은 눈빛이 밝다

이끼 자주 끼는 속된 마음도

자주 빗질하라고 오늘 내다보는

풍경이 어제보다 한층 가깝다

 

세상은 때때로 촘촘한 빗을 들어

거센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몇 번씩이나 가다듬어 주는 것이다

마음 한 번 잘못 먹은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 자리에 또 무언가

새롭게 일어나는 목숨이 있다

 

어떻게 이곳까지 걸어왔을까

문득 지하까지 내려다 보니

맨발이다 풀 많은 둥근 지붕이

빗길에 닦여져 투명하다

 

밤새 빗질한 길이

물기 마르고 난 어느 여인의

생머리같이 단아하다

처음의 낯선 걸음이라

발길 옮기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5 모든 사랑을 휴미니 2018.09.21 17
624 모든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썬샤인77 2018.04.01 13
623 목마른 고통 휴미니 2018.08.24 12
622 목숨보다 향내가 휴미니 2019.03.08 45
621 목표를 세워라 휴미니 2019.03.07 37
620 몸이 움직인다 휴미니 2018.10.29 11
619 못물은 찰랑찰랑 휴미니 2018.11.08 21
618 무거워서 그놈까지 휴미니 2018.08.08 12
617 무논엔 파릇파릇 휴미니 2018.08.22 8
616 무상(無常) 썬샤인77 2017.12.24 27
» 무엇에게라도 휴미니 2019.03.20 23
614 무지개 꿈 꾼 적 휴미니 2019.01.30 26
613 무지개를 사랑한 걸 휴미니 2018.09.10 13
612 묵상 썬샤인77 2018.02.27 30
611 묵시적인 창의 중심 휴미니 2018.08.12 12
610 문 열면 가슴이 휴미니 2018.09.03 7
609 묻어둔 그리움으로 휴미니 2018.06.25 12
608 물살에 떠밀려 휴미니 2019.01.02 40
607 물에 젖은 돌에서 휴미니 2018.08.15 9
606 미안해 휴미니 2018.05.30 8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