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의 들판을

by 휴미니 posted Mar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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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일 동안

 

해일의 바위가 되어라

낙타로 돛배로

사십 일 동안 그 뒤만 좇아가라

 

참회할 것 너무 많으니

머리에 재 뿌리는 그날까지

대신하여 시험받는 40일 동안

자진하여 고난받는 40일 동안

폭풍의 소금기둥이 되어라

 

손 디딧는 곳마다

떨어져 부러질 구렁의 길만 열려라

그러니 죄, 사하는 그날까지

봄이 와도 꽃 피지 말아라

겨울 가도 잎 돋아나지 말아라

 

그러니 부활의 그날까지

부디, 낮에는 해도 뜨지 말아라

밤에는 결코 달도 뜨지 말아라

발 디딧는 곳마다

움푹 빠질 진흙의 길만 열려라

 

사십 일 동안

입 벌려 먹지도 않고

눈 감아 눕지도 않고

뒤돌아 보지 않는 금기로

동굴의 무덤까지 걸어가고 있다

 

아니 물, 한 모금도 없이

내가 낙타로 걸어가고 있다

아니 불, 한 줄기도 없이

내가 돛배로 건너가고 있다

 

누군가 낙타도 없이

열사의 황야를 걸어가고 있다

누군가 돛배도 없이

풍랑의 들판을 건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