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김선일의 구월이 아름다운 것은을 읽고

by 혜원 posted Oct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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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셔서...... - 김선일의 <구월이 아름다운 것은>을 읽고.

 

 

나는 가을이 제일 좋다. 바람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적당해서 시원한 그 느낌에 걷지 않고 뛰는 게 기분이 더 좋다. 머리를 꼭 묶지 않아도 땀이 나지 않고 아스팔트 아지랑이에 머리가 어지럽지도 않다. 딱 좋다!

 

게다가 나들이는 가을이 최고다. 봄은 변덕이 심해서 얇게 입고 나갔다가 추워서 된통 당한 적도 있지만 가을은 사각거리는 내 베이지색 바람막이를 입고 나가면 햇살이 따가우면 벗고 그늘에 추우면 입는다. 울산 태화강역을 따라 내려오면 내 키보다도 큰 억새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킥보드를 들고 태화강 국가정원에 가면 노란 국화가 안녕, 인사한다. 사슴농장에서 간월재에 올라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을 먹으면서 드넓게 펼쳐진 억새 평원을 볼 수 있다. 가을의 주말은 짧지만 그래서 매주 더욱 기대가 된다.

 

김선일 작가님의 <구월이 아름다운 것은>을 읽고 깜짝 놀랐다. 가을을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님은 내가 꼽은 이유보다 더욱 아름다운 이유들을 찾아내셨다. 이제 가을이 좋은 이유를 나는 더 멋지게 말할 수 있다. 날씨가 좋아서, 나들이 가기 좋아서, 가을이 좋기도 하지만 작가님의 말때로 대지가 황금 너울 털고’, ‘새하야 구름이 뭉쳤다 헤어져만나야 할 사람을 꿈꾸게 만드는 가을이어서 더 좋다. 내가 아는 세상이 더 아름다워졌다. 김선일 작가의 말로 가을이 더 멋진 옷을 갈아 입은 듯 하다.

 

가을은 풍요와 꿈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추억과 그리움의 날이기도 하다. 김선일 작가는 오래 전 헤어졌던 친구가 고향 그리워옛 시절을 회상 할 가을이라고 표현했다. 가을의 여유가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여름과 겨울은 너무 치열한 계절이라 여유가 없다. 뜨거움에 맞서고, 추위를 견디다 보면 고향에서의 즐거웠던 어릴 때를 떠올릴 여유는 없다. 하지만 가을의 깨끗한 밤하늘 위에 둥그렇게 뜬 보름달은 한없이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달 속의 토끼 이야기처럼 아주 오래된 설화부터 달 밝은 날 친구와 늦게까지 놀았던 기억까지 가을은 사진첩을 펼쳐보듯 추억을 펼쳐보게 한다. 그 추억의 사진첩에는 젊은 시절의 엄마와 아빠, 옹알이를 하던 아기 시절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선일작가는 이를 풍요와 포근함에 옛 소식 버무러지고 함께 동화되는계절이라고 했다. 단어 하나하나 가을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작가님의 가을을 듣고 있으니, 나도 가을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 할머니는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신다. 가을에 놀러가면 과수원에 열린 사과가 정말 내 얼굴만 하다. 빨갛게 익은 커다란 사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나무 사이를 지나가면 향긋한 사과 냄새에 입에 침이 고일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사과가 크냐고 물으면 할머니는 웃으면서 엄마, 아빠가 나를 키운 것처럼 영양분 주고, 물 주고, 좋은 햇빛 쐬어 크게크게 키운 거라며 너도 언넝언넝 크라고 하신다. 일년 내 허리 펼 새 없이 새벽부터 과수원에 가 있는 할머니의 결실은 가을에 맺는다.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 건 아마 우리 할머니가 으뜸일거다. 할머니에게 가을은 사과의 주렁주렁 열리는 풍요의 계절이다.

 

 

김선일 작가의 시를 보고 또 보고, 그러는 사이 가을이 깊어졌다.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가을의 아름다움도 깊어진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 작가님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세상이 더 아름다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