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상문 전용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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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삶은 없다

                                  -‘지금부터 새출발이다를 읽고-

                                                                                             김길문

 

- - -’

이제 바코드 잘 찍으시네요.”

 도서관에 매일 오는 꼬마 친구의 칭찬에 으쓱해진다. 지난 8월에 정년 퇴임을 하고 10월부터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제대로 된 사전 교육도 없이 도서 반납과 대출 업무를 보느라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다. 나름 전문인력이라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단순한 이 일을 지속할 것인지 갈등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업무가 손에 익어가면서 여유를 갖게 됨에 따라 틈틈이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좀 더 알찬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등교하자마자 도서관으로 몰려오는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림은 나의 하루를 한껏 고양시킨다.

 

 

 도서관 봉사활동 중 한가한 시간에 월간 부산문학을 접하게 되었고 비슷한 인생을 살고 계시는 류재신 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늘 푸른 청춘을 노래하며 세월의 물결이 아닌 희망의 물결을 붙잡겠다는 작가의 진취적인 사고와 씩씩한 기상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짐을 느끼기도 하였다. 35년 교직을 뒤로한 입장에서 배움과 도전으로 새출발을 다짐하는 작가님의 의욕에 크게 고무되는 한편 스스로의 삶과 미래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퇴임을 전후한 축하와 격려의 모임들을 통해 인생 2막 제2의 인생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정점으로 치닫기도 하였다. 지인들 중에는 수고한 날들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처음엔 참으로 옳은 말이라고 여겼지만 여러 번 들으면서 묘한 반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럼 지금까지의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다는 말인가?’단언컨대 지난 학교생활은 늘 즐겁고 행복했으며 모든 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정년으로 밀어내고 말았지만......

 퇴직을 앞두고 새로운 삶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어느 정도 대비도 하였다. 하지만 퇴직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느껴지는, 그 쓸쓸함에 대한 어두운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넘치도록 주어지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시간이 너무 좋으면서도 버거웠으며 효과적인 시간 관리에는 엄격한 절제와 내공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한순간의 태만으로 무력하게 보내는 시간이 잦아질수록 자존감은 추락하고 까닭 모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지인이 상을 당해 찾은 장례식장에서 먼저 퇴직한 동료를 만났다. 함께했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현재의 삶에 대해, 퇴직 후의 일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등산, 여행, 운동, 독서 등으로 이어지는 공통된 삶의 궤적에 실소를 금치 못하였다. 아직은 젊은 나이, 보다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해서는 재능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베푸는 삶이 필요함을 공감하게 되었다.

 일전에 아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연로하신 장모님을 위한 도전이었는데 인간의 숙명인 생로병사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요양 병원 실습을 통해 노화와 질병, 죽음을 목도하며 삶의 유한함에 깊은 연민을 느꼈으며 불우한 노년을 위해 자신의 달란트가 쓰임 받기를 소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받은 것이 참으로 많았던 날들, 이제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유전자를 논하며 인간은 생존을 위한 기계일 뿐,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라고 한다. 신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는 어떤 사람은 생각에는 창조하는 힘이 있고, 존재하는 건 오직 사랑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젊은 날, 도달해보지 못한 빛의 세계를 동경하며 교만과 좌절을 넘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일이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다가온다. 질곡도 번민도 많았던 삶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것은 운명을 거슬러 승리의 순간을 향해 나아간다는 믿음 때문이리라. 짧은 인생이지만 열심히 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한 것이기에.

 

 매달 10일에 도서관 봉사를 위한 소정의 활동비가 나온다. 소액이지만 달마다 받는 연금보다도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돈을 진짜 나만을 위해 쓰기로 했다. 그동안 은혜를 입은 이들에게, 내가 애정하는 이들에게 점심을 사는데 온전히 쓰기로 했다.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늘 그리운 이들과의 여유로운 점심 식사는 색다른 행복이자 퇴직자의 특권으로 여겨졌다.

 

 노년의 삶은 공동체와의 긴밀한 유대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봉사와 나눔을 확대함으로써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도 계획하고 있다. 그리하여 소속 공동체를 위한 봉사가 나를 위한 삶임을 증명하고 싶다. 새로운 삶이란 없는 것이며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는 것도.

 

성명 : 김길문

직업 : 퇴직 교사

출생년도 : 1961년

전화번호 : 010.8528.9543

이메일 주소 : k61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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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가이 2024.01.19 16:53
    교단에서 내려오셨지만 항상 아이들 곁에서 봉사하시는 모습~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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