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에 사랑을 노래한
- 김정숙 시인의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을 읽고
MZ세대에서 사랑을 노래하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로 ‘MZ’라는 단어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MZ세대’라는 일종의 멸칭이 가지는 정의로는, 예의 없는 세대, 본인의 권리만 주장하는 세대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랑이 없는 세대’라는 정의 또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를 ‘혐오의 시대’라고 한다. 많은 갈등이 집단 별로 존재하고, 외집단에 대한 다양한 혐오적 시선이 존재하는 시대다. ‘담론’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 낮은 혐오글이 판치는 시대를 접하고 자란 MZ세대들에게 사랑이 없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이런 시대의 경향에 역행하며, 김정숙 시인은 매우 고전적인 어투로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MZ세대가 사랑이 없어진 이유
MZ세대에서 사랑이 없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맞벌이가 필수인 바쁜 부모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서? 본이 될 어른이 너무 적어서? 혐오 컨텐츠를 보고 혐오를 먼저 배워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두려움’이 한 몫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두려움이 뒤따르는 일이다.
내 마음과 노력을 바쳐서 사랑을 주었는데, 그에 합당한 마음과 태도로 돌아오지 않을까 봐 생기는 두려움. 내 시간과 밑천을 들여 사랑했는데, 그에 합당한 보람과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봐 생기는 두려움 등이 있을 것이다.
온갖 커뮤니티 글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은 “예비 배우자가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 요구를 해 파혼한 사연”도 심심찮게 보이곤 한다.
그런 글을 보는 모든 사람이 혀를 찬다. 누가 보아도 잘못된 일인데 당사자는 왜 몰랐을까? 본인이 뺏길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는 비대한 자아도 원인이겠고, 본인이 사랑을 했을 때 제대로 된 보응이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두려움이 큰 원인일 것이다. 그런 글은 처음에는 공분을 일으키지만, 곧 사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재생산 해 읽는 이들에게 ‘나는 저런 사랑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결국은 두려움이 사랑보다 많은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두려움이나 막연한 마음을 극복하려면, 힘이 부치는 상황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현재를 극복하려면 결과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라는 특수한 감정의 경우에는 희망과 더불어 대상에 대한 믿음과 인내, 사랑한다는 그 자체에 대한 기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인은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파도의 아픈 상처/ 안으로 안으로 삭이며 눈물 속에 고이고이/ 하얀 진주를 잉태하는 긴 기다림”이라며, 사랑에는 열매를 위한 믿음과 인내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며,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보석처럼 빛나는/ 당신과 내가 하얀 눈꽃 위에 피어나는/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라며 사랑 그 자체의 기쁨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시인은 “초록의 푸르름 더욱 짙어져 넓고 넓은 그늘 드리워(...) 포근한 안식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진실한 사랑에 대해 희망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진실한 사랑의 본보기가 부족한 요즘, 다정한 언어로 진실한 사랑의 본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지개 색으로 보는 사랑의 약속
시인은 무지개 색상의 순서로 진실한 사랑을 노래한다. 무지개는 ‘언약’이다.
구약 성서를 보면 무지개의 뜻을 알 수 있는데, ‘하나님이 다시는 물로 인류을 멸하지 않으리라는 약속’이며 ‘인간의 허물을 덮어주겠다는 뜻(인간의 허물 대신 무지개를 하나님이 보시겠다는 뜻)’이다. 이 시의 초반부를 읽을 땐 단순히 다채로운 색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무지개 색의 순서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인은 앞서 말한 인내의 연장선 상에서 ‘잘못을 들추지 않고 허물을 덮어 주는 것이 진실한 사랑’이라는 뜻을 시의 전반에 걸쳐 품어 놓은 것이다.
김정숙 시인의 시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을 보면, “사랑을 노래합니다”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사랑은 모든 것 바라며 견뎌내는 것”이라고 한다.
“거친 풍파 있어도, 짙은 안개 몰려와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노래한 부산문인협회 김정숙 시인의 시가, 사랑이 없는 요즘 무지개 같은 언약의 역할로 다가오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장한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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