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
언제나 물의 파동과 세파의 온기를 따라
혹을 세워야만 했다 비바람 폭풍, 매순간 살벌해도
동해를 두루 살피며
등 언저리에 촉을 세워 봉우리를 키웠다
아버지, 아무도 넘보지 않게
저의 곱사등을 꼿꼿하게 세울 수는 없나요
출렁이는 당신의 푸른 맥으로
제 모든 것을 꿰뚫어 줄 수 없겠지요,
잦는 술책의 머나먼 파도의 갈퀴는 저리 유혹할까요.
사史의 왜곡과 은폐는 결국 밝혀지겠지만
이 한 몸 단단히 버티면
백두 정기는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껴안으며 내 등을 쓰다듬었어요.
나를 장손이라고 여겼던 아버지,
출렁이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온몸은 왜 이리 확장하고 솟아났을까요.
혹은 고대에 기억했을
한반도의 윤슬로 빛날 뿐
내면 깊은 그곳에 기나긴 뿌리를 내렸을,그 잃어버린 궤적을 따라
부풀어 오른 마디마디, 혹등
시퍼런 멍울 맺혀도
득실득실한, 한인韓印의 징표였어요.
도도새, 솟구치다
저 멀리 날아 오른 시간들을 접어둔 채
뒤뚱거린 앉은뱅이로 즐겁게 은밀했다
대형스크린의 차고 푸른 살얼음을 감수했다
홰를 밟는 것들만이 건널 수 있는 행간에
깃털을 묻고 몰래 바람과 숲의 비밀스런 향기까지,
푸른 몸짓으로 환히 그려졌다
맑고 투명한 야성은
뒤뚱거린 자세로도 표현할 수 없는
부풀린 도시를 쪼고 있는 도도세의 까맣고 단단한 눈망울,
아무르의 끝에서
깃털을 펴본 자만이
지독한 적막과 허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차디찬 폐허를 부풀다 스며드는 갯벌
화석에 든 깃털의 절정을, 발산하며
차고 환하게
몰래 민들레 풀씨의 보풀이 푸드득, 솟구친다.
목어木魚, 시공이 펼치고
허공으로 목마른 힘을 갈망하는 것은
스쳐가는 바람결의 무늬를
암자 추녀 끝에 매달려
설법을 외듯 서성인다,
범어 비늘을 먼 곳으로부터 지우고
비릿한 업보의 굴레를 벗으려
놋쇠 종에 제 몸으로 공양 한다
한 마리 물고기의 간절한 유영이
궁극의 발원發願으로 회소하고
세파에 닳아진 지느러미가 아팠다.
새벽공양, 불면의 금빛 시선으로
번뜩, 또 하루를 밝히고
밀폐된 사바裟婆는 깊어 가는데
둥글게 말린 곡선의 형태는
어디론가 머물고 싶다는
울림을 보낼 뿐
해탈 끝에 매달린 물고기는
이승을 왔다, 갔다하는
시공時空이 펼쳐졌다
박봉철 010 3799 3569
pbca1234@naver.com
차례로 충성대 문학상, 오산 문학상, 금샘 문학상 작품입니다
2018년 4월 28일 문예감성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