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1976年2月X日
- 은유시인 -
사방에서 벽은 욱죄어오고
하나같이 그들은 빈틈이 없다
그리고 차갑고 무감각하다
벽과 벽은 이어져
어디로 둘러봐도 역시 벽이다
그들은 말없이 다가올 뿐이다
찰나의 여유도 주지 않는 채
기세 등등
그것은 마치 나를 갈봐야만 직성이 풀릴 듯
위협적으로 다가선다
차라리 갈봐도 좋다
자신을 단념코 송두리째 내던져주어도
그들은 성급히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온갖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려는 듯
온갖 고뇌와 초조
절망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려는 듯
그들은 급히 한걸음에 다가올 듯하면서도
언제까지고 지루한 시간을 던진다
사방으로부터 오는 괴기(怪氣)는
나의 몸 전체를 떨게 한다
보일 듯 말 듯한 냉소(冷笑)
잡힐 듯 말 듯한 괴기(怪氣)
조명은 어두운 푸르스름
그러나 모든 것은 선명히
아주 선명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분장한 피에로의 얼굴처럼
빨강 노랑 파랑……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심장 뛰는 소리가
나의 전신은 순간
파열이 되어
산산이 헤어진다
사방으로 튀는 진한 피!
정신이 아뜩해지며
마음이 부풀어져
자신을 한껏 내던진다
영원히…… 라고 외치며
197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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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노트
이 詩를 쓸 즈음은 저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암울했던 시기였습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세상에 나아가기가 두려웠던 시기였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고 되고 싶은 것들도 많았지만, 가진 것이 너무 없고 아는 것이 너무나 없었던 시기였으니까요. 제겐 저를 이끌어 줄 마땅한 인도자가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안 계셨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후견인도 없었고, 그냥 시골 농업고등학교를 나온 경력이 다였습니다.
그 당시엔 마땅한 직업이 없었습니다. 공장들이 모두 영세하여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일당으로, 또는 시간당으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대학교를 중퇴하곤 처음엔 양장기술을 배워 양장점에 취직했었고, 또 금형공장엘 다녔고, 또 버스회사에 취직하여 안내양들 삥땅을 막기 위한 인간계수기 노릇도 하였고, 사촌형님 일을 도와 메추리도 삼천여 수 키워봤습니다. 그리고 인쇄소 도안실에서 근무하였다가 선배가 운영하던 인형양초공장에서 가다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본의 아니게 직업을 여러 차례 전전하였듯이 마음도 정하지 못하였고 방황하기 예사였습니다.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세상이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