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배밭에 틀어 앉은 산막을 찾아
댓 걸음 앞서 걷던 너는 고개 돌리며
그냥, 바람이 싫다고 한다
나는 바람과 꽃 대신
말에 실린 마음의 무게를 재고 있다
좋고 싫음을 모르는 쑥부쟁이는
애기 손톱만큼 자라면서 웃는데
둔덕 아래 흐드러진 조팝나무
새악시의 치마처럼
수줍어서 언뜻 간지럽고
숨이 차 오른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다
꽃을 좋아한다
너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
새순이 돋기 전에 하늘로 날아간 꽃
향기가 눈물이 되어버린 꽃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나는 행복하다
나는 너에게
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언덕배기 너머로
꽃 이파리 후르르 날리고 숨어버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