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앉아서
낮게 자란 풀꽃들은
바람에 쓰러지지 않습니다.
민들레 노란 씨앗 하나
가슴속에 품어 봅니다.
풀밭 위에 돋아 나는
낮은 꿈들을 지우고
바람에 실려 나아가는
꽃씨 하나,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눈 내리는 낮은 언덕을 골라서
겨울의 뿌리를 키우는
풀꽃들은 아름답습니다.
언 뿌리를 가슴에 안고
심장의 따순 피를
돌리던 작은 기억,
물기를 거두고 날아간 모든 것에
얼만큼의 무게가 있었을까
슬픔은 가벼울수록
멀리 날아가고
사랑은 무거울수록
가슴에 오래 남는 것
이루지 못한 키
낮은 꿈들 위해
꽃은 꽃끼리
대는 대끼리
풀밭에 엎드려
얼굴 비비며 살다가
낮게 낮게 떠나가고 있습니다.
나직하게 사는 법을
배우며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