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2 22:27

냄새가 나기도 한다.

조회 수 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Q31hsi1.jpg

 

오래 된 그녀

 

그녀가 누워있다.

아주 오래 된 몸으로 낡은 꽃처럼.

 

그녀의 몸에서 참나무 새순들이

물이 오를 때도 있다.

그녀 안으로 세월이 들고 난다

세월 안으로 그녀가 들고 난다

아.무.도.찾.아.오.지.않.는다.

 

집과 함께 늙어간다는 것

그 또한 안락한 일이다.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단단한 그녀의 몸에선

간혹 마룻장 같은 참나무 냄새가 나기도 한다.

 

여자는 오래되고 낡았다.

그녀의 오래된 집처럼

그녀도 녹슨 수도꼭지처럼 추억을

적당히 흘려보낼 줄도 안다.

 

옷장 속에 걸려있던 4개의 계절들이

성급하게 그녀를 침범하고 달아났다.

바로 어제 저녁의 일 같은 봄밤의 추억들 속에

오래된 여자는 아직도 낡은 꽃처럼 피어있다.

 

여자도 제 몸 마디마디를 풀어본다.

여자의 오래 된 몸은 어둠 속에서도

제 자리를 잡고 여자를 풀어주지 않는다.

 

어둠 속에선 모든 것들이 몸을 푼다.

낮 동안 떠받치던 세상의 무게들을 부려놓고

툭툭 소리 내며 온 몸의 관절을 풀고 있다.

 

그녀가 누워있다.

어둠이 깊숙하게 제자리를 잡고 앉은 시간

못생긴 여자가 얼굴을 방바닥에 대고 나른하게 누워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5 다만 침묵으로 휴미니 2018.09.15 10
844 눈 하나로만 휴미니 2018.09.15 6
843 한두해 살다 휴미니 2018.09.14 11
842 어찌했을까 휴미니 2018.09.14 8
841 아직도 사랑이 휴미니 2018.09.14 9
840 기다리기 휴미니 2018.09.14 15
839 내 가슴에 휴미니 2018.09.14 11
838 내가 여전히 나로 휴미니 2018.09.14 11
837 보이지 않았다. 휴미니 2018.09.13 7
836 푸른 달빛 아래 휴미니 2018.09.13 16
835 너에게 도달되지 않고 휴미니 2018.09.13 4
834 역시 쓸쓸합니다 휴미니 2018.09.13 7
» 냄새가 나기도 한다. 휴미니 2018.09.12 10
832 당신의 옷깃조차 휴미니 2018.09.12 7
831 먼 빛으로 선 휴미니 2018.09.12 9
830 어떻게 좀 안 될지 휴미니 2018.09.12 5
829 제비꽃을 아는 휴미니 2018.09.12 9
828 그러나 그대로 하여 휴미니 2018.09.11 10
827 파랑 나비 나는 봄날 휴미니 2018.09.11 15
826 꽃이 질 적마다 휴미니 2018.09.11 12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