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김영찬 작가의 부산백경을 읽고

by 오유성 posted Nov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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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은 기억의 숲길을 산책하는 것 같아요.

 멀리 보이는 숲들의 모양은 다 똑같아 보이지만, 숲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모든 숲길은 각각 다르답니다. 어느 숲이든 나무와 들꽃, 오솔길과 옹달샘, 작은 새와 다람쥐 등등 비슷한 것들로 만들어졌지만, 숲길에서 만나는 색깔과 향기, 소리와 바람은 같을 수가 없어요.

 우리 마음속에 담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도 서로 비슷할 거예요. 누구나 엄마 아빠와 함께 떠난 가을 여행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 기억의 색깔과 향기가 모두 다른 것처럼요.

 기억에 고운 색을 칠하고 맑은 향이 스미면 추억이 됩니다. 그래서 여행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웃음소리가 들리고 군침도 도는 게 아닐까요.

 숲길을 걸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숲길에 들어서면 , 기분 좋다.”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고, 같은 숲길도 갈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좋은 숲에 잘 안 가게 되어요. 집 뒤편 아담한 동산에서 아침마다 맑은 향기가 불어오고 새소리가 들려오는데도 말이죠. 추억도 그래요. 책장에 꽂혀있는 앨범은 언제든 손만 뻗으면 꺼낼 수 있고, 핸드폰에도 행복한 사진이 가득하지만 잘 안 열어보게 됩니다.

 추억을 마음에 걸면 행복합니다.

 부산100경에서 그리고 있는 부산 풍경을 읽고 나서는, 새삼스레 뒷동산 숲길을 거닐고 부산 여행 사진도 뒤적였습니다.

 “사계절 삼삼오오 풍류객 들락날락 / 두둥실 가파른 골 오가는 케이블카 / 산정상 탁트인 경관 구름아래 신비경” (부산100경 금강공원중에서)

 그때 그 겨울 해운대 바다에서 갈매기를 쫓고 있는 뒷모습에는 함빡 웃고 있는 내 어릴 적 얼굴이 찍혀 있고, 자갈치 시장에서 호호불어가며 먹고 있는 어묵에서는 고소한 맛과 향이 풍겨 나죠.

 오늘은 지난 우리가족의 추억 100경을 만나고, 새로 만들고 싶은 추억 100경에 퐁당 빠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