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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를 만나다. 그리고 K반장님도..

-시니어 일자리 찾기 분투기를 읽고-

 

 

 

 

우리 부서 시간제 담당자 채용에 몇 명이 지원했다. 그런데 우리 기관의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부모님 대 연령이라고 해도 무방한, 사회에서 충분히 은퇴하고도 남은 연령대였다. 20대는 생각지 않았더라도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의 인원이 지원할 거라던 예상이 호기롭게 빗나간 것이었다. 순간 아무리 사회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업무 속도, 전산 능력 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분들이 채용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진작부터 걱정이 들었다. 분명 사회생활 30년 이상의 경력은 그분들에게 돈을 갈구하는 듯한 눈빛을 허용치 않았다. 그들이 받는 급여는 사회 초년생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오게 한 걸까? 그 발걸음의 의미는 작가의 글을 보고서야 비로소 조금씩 그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평생 학교에 몸담았기에 관련 직종에 쉽게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작가의 예측은 계속 어긋난다. 결국 작가는 주위의 만류에도 학력·경력이라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격증 교육까지 들으며 남들보다 우위에 서려 노력한다. 그러던 중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이치를 깨닫고 결국 이제는 자신이 필요한 곳이 아닌,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는 진리를 머금으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위안받는다. 작가의 고군분투(孤軍奮鬪)는 내가 몸담는 곳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공공기관이라는 정년 보장의 안정성, 어느 정도 형성된 사회적 지위, 물론 나의 노력이 가미된 건 사실이지만 난 외형적인 것만을 바라보며 나의 필요로 이곳에 정착해 있다. 정작 이곳이 날 필요로 하는 곳인지, 매일 마주하는 민원인들은 나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그 걸음이 앞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감에 매일 긴장해야 하지만, 난 정년 보장과 고정된 수입이라는 기댈 만한 구석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지위로도 역시 공공기관이 최고지!’라는 인식과 함께 그들과 매일 마주하는 민원인들을 조금씩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내 인식 속에도 각자의 모습에 등급을 매기고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분투기를 보며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필요로 하여 나의 욕심으로 이곳에 소속되어 있지만, 은퇴 후엔 내가 필요한 곳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시점도 분명 올 거란 긴장에서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지금도 내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 속한 곳이 내가 필요한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것이 나와 직장에 대한 진심이자 존중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관에 최종 채용된 K, 물론 타 기관의 사회 경력은 나와 비교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엄연한 선배였고 급여 면에서도 훨씬 앞섰다. 난 무의식중에 K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날 며칠을 잘 다려진 양복과 우렁찬 목소리의 인사로 하루를 채워가는 K의 모습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큰 소리로 인사하지 않아도, 무거운 양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고 K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물음표를 던졌다. 충분히 여가를 즐기셔도 되는데 다시 사회에 도전하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아무래도 조직 내에서 실질적으로 초년생의 대우를 받는 현실을 감당하실 수 있느냐고, K로부터 돌아온 답은 나를 순식간에 블랙홀 속에 빠져들게 했다. 어딘가 소속되어 일하고 싶다는 그 말. 순간 K에서 작가가 투영되는 것 같은 현상과 마주했다. 나도 그 순간이 되면 K처럼 깔끔한 양복을 입고 모든 직원이 들릴 만큼 인사할 수 있을까?

 

 

난 이미 어딘가 소속되어 있다는 안일함에 K와 같은 절실함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생각이 나를 채울 무렵부터 우린 그를 K반장님이라 부르기로 했다. K반장님에서 미래의 내 모습을 찾아가고 싶었다. 내가 작가, K반장님의 위치에 서게 될 물리적 시간은 멀지 모르지만, 심리적 시간은 이미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K도 편한 복장과 양복 사이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입은 건 단지 검회색의 단정한 양복이 아니었다. 세상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의 존중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편함을 벗고 존중을 입는 연습을 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현실에 대한 안주, 세상을 구분 짓는 눈도 벗어버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면접장에서 처음 마주한 K반장님의 결연한 자태를 이해할 수 있고 작가의 분투(奮鬪)에 미소 지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홍유기 / 1984/ 010-6316-7125 / theclassic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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