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상문 전용 게시판

대학일반부
2024.01.19 16:48

변채호 시인의 달동네를 읽고

조회 수 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산이 가마꼴 같아 성종 시대때부터 이곳은 부산(釜山)이라 불리게 되었다. 다른 지역의 산들은 암석과 절벽이 많아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데 부산은 마치 자식들을 위해 넉넉히 밥을 지으시던 어머님의 마음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다 보니 전쟁통에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오직 따뜻한 가마솥과 같은 이곳, 부산의 산이었다.

 오늘날의 감천문화마을은 올라가 보면 그 어렵던 시절의 눈물을 반짝반짝 닦아 예쁘게 전시해두었다. 어떤 이들은 바다가 보이니 참 예쁘다, 야경이 멋지다고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달빛에 기대어 쓰러질듯한 판자집을 부여잡고 생을 이어나가는 이름 모를 이들이 있었다. 

 변채호 시인의 '달동네'라는 시를 보면 길게 말하지 않아도 그간 세월을 얼마나 애틋하게 보냈는지 알 수 있다. 도자로 집은 물론 기쁨과 눈물 자국도 밀어낸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의 설렘을 느끼기 전에 아련했던 추억에 대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옛것을 밀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억은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다시, 감천문화마을에서 씨앗호떡을 먹으며 굽이굽이 길을 따라 내려오면 아미동 비석마을을 만날 수 있다. 부산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하나인데 가로등 보다 밝은 달빛이 비치는 이곳을 천천히 살펴보면 이젠 떠난 이들이 많아 고요한 달동네이다. 그때, 꺼져있는 줄 알았던 동네의 생기는 해가 지고서야 하나둘 피어오른다. 저녁시간에 맞춰 피어오르는 된장찌개향, 홀로 골목을 지키고 있는 위풍당당한 어린아이의 장난감, 언제나 처럼 이 오르막을 거뜬히 오르는 힘찬 초록색 마을버스를 보면 지금도 산에 마음을 묻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달이 아닌 도시의 불빛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한 번도 고되지 않은 삶을 산 것 처럼, 하지만 저 달은 안다. 그대의 젊은 시절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아름다웠다는 것을.

 

서원덕/회사원/87년생/01053858515/wondeok9@naver.com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 <독후감상문>작품을 올리실 때 작품 밑에 소속과 연락처를 함께 올리셔야 합니다. file 부산문학 2022.07.06 129
36 대학일반부 김영찬 작가의 <수강사>를 읽고 2 file kye 2023.10.19 126
35 대학일반부 김종순의 소나무를 읽고 3 file 정인 2023.10.30 94
34 대학일반부 피랑에 서서 읽다. 2 file 낙타 2023.10.30 83
33 초등부 김선일의 구월이 아름다운 것은을 읽고 2 file 혜원 2023.10.31 57
32 중고등부 안명희의 꽃 1 file skylee 2023.10.31 68
31 중고등부 은유시인 김영찬 작가님의영도 등대를 읽고 월드스타뮤직디바윤 2023.11.01 74
30 중고등부 은유시인의 초량차이나타운을 읽고 file 고로케 2023.11.14 43
29 대학일반부 류재신 님의 ''지금부터 새출발이다'를 읽고 1 file 독고탁 2023.11.17 56
28 대학일반부 송수이 작가의 <마중>을 읽고 1 file 포포로 2023.11.20 61
27 대학일반부 김영산 작가의 그랜드 투어를 읽고 1 file star 2023.11.20 49
26 대학일반부 류재신 작가의 지금부터 새출발이다를 읽고 1 수비 2023.11.20 89
25 초등부 김영찬 작가의 부산백경을 읽고 file 오유성 2023.11.20 44
24 중고등부 김순옥 작가의 해양을 넘어 대양을 돌아서 최유진 2023.11.20 45
23 [제2차 독후감상문공모전]에 접수하시기 바랍니다(월간 부산문학 2024년 1월호 및 2월호 작품에서 1편 선정) 마감:2024년 2월29일 file 부산문학 2023.11.26 228
22 중고등부 이윤주 작가의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작품을 읽고 file 장주혁 2023.12.20 53
21 대학일반부 변채호 시인의 창가의 화분을 감상하고.. 1 file 초코몬 2024.01.03 120
20 대학일반부 1만 1천권을 읽고 file 고릴라아줌마 2024.01.17 47
» 대학일반부 변채호 시인의 달동네를 읽고 쿨가이 2024.01.19 51
18 대학일반부 박승환 시인의 <산과 들>을 읽고 file 둥근머리 2024.01.20 52
Board Pagination Prev 1 ...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