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1 10:06

축축하게 젖었다

조회 수 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O2cIo8A.jpg

 

습기

 

가볍게 날아가지 못하고

우물가 민들레 꽃씨처럼

주저앉은 어머니 저 몸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혔다

 

그러니까 내가 함부로 도둑질한

죄인이란 말이다

이불 덥고 누워 계시지 말고

비 온 뒤의 대처럼 일어나시라고

 

어깨를 부축하여 잡은

아버지 저 몸이 피고름

습진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분신들 다 빠져나간 지붕 밑으로

휑하니 불어오는 오월

오늘 부는 바람이 손님같이 낯설다

어머니의 젖을 아버지의 뼈를

누가 다 빼앗아 간 것일까

 

아버지 어깨를 들어내니

검버섯이 온통 자라고 있었다

치매의 아버지 기둥과 서까래

무너져 내리고 속병 든 어머니

구들은 온기 하나 없어 얼음장이다

 

언제 창 닫아놓으셨는지

당신의 벽에 물방울이 송송 맺혔다

어느새 가슴속까지 습기가

가득 들어찼다 어머니 젖무덤

걷어내니 흰 곰팡이

잔뜩 피어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5 거슬러 오르고 휴미니 2019.03.06 42
1104 거울을 보며 휴미니 2018.07.14 16
1103 걸어보지 못한 길에는 휴미니 2018.06.08 12
1102 겨울 눈 녹으면 봄은 오나 썬샤인77 2018.03.14 33
1101 겨울 등산에서 썬샤인77 2018.03.21 28
1100 겨울 메뚜기 휴미니 2019.03.01 70
1099 겨울아침의 풍경 휴미니 2019.01.02 39
1098 겨울애 사랑 썬샤인77 2018.02.23 44
1097 겨울을 재촉하는 비 휴미니 2019.01.02 47
1096 겨울을 지난 강가에 나온 버드나무 썬샤인77 2018.01.13 34
1095 결실과 장미 휴미니 2018.08.27 11
1094 곁에 있는 당신 휴미니 2018.07.03 13
1093 계절은 돌고 돌아 휴미니 2018.12.31 43
1092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 휴미니 2018.09.07 16
1091 고뇌를 발설했다 휴미니 2019.03.11 32
1090 고독과 외로움이 있습니다 썬샤인77 2018.03.24 18
1089 고르며 옥토를 만들고 휴미니 2018.08.15 14
1088 고요한 새벽 휴미니 2018.07.06 15
1087 고운 꽃잎보다 휴미니 2018.08.23 10
1086 고정관념 썬샤인77 2018.01.25 37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