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1 09:43

고뇌를 발설했다

조회 수 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r2dg4PQ.jpg

 

편지

 

열매 떨어져서 눈물을 흘렸다던가

내가 쓴 편지가 우체통에 가득 차

더 이상 받을 수가 없으면

햇살 따스한 날 봉분에 기대어

나를 꺼내 읽을 것이다

 

내 손에 놓여진 나를 읽는다

한 여인에게 사랑고백을 했다던가

한 시대에게 고뇌를 발설했다던가

꽃 피어서 웃었다던가

 

시간도 멈추어선 저 어두

컴컴한 몸속에 있다가

내일인지 모레인지

내년인지 이 다음 목숨인지

언젠가 문득 나를 받아서

읽어 보고 싶은 날

 

원하는 시간에 부쳐준다고

저 두툼한 편지에 옷을 입혀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산골의

노란 우체통에 보낸다

 

밑구멍으로 줄줄 흘러내렸던

똥 같은 것들 모두 내가

보낸 편지 였으니 반 세기

다 되도록 살아온 생의 글자

빼곡하게 쓰여 있어서

 

아버지의, 어머니의 침 발라

봉인된 내 몸이 지상에

잠시 보관된 편지 아닌가

입 속으로 꾸역꾸역

들이밀었던 밥 같은 것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목표를 세워라 휴미니 2019.03.07 36
44 내가 가지고 있어 휴미니 2019.03.08 25
43 목숨보다 향내가 휴미니 2019.03.08 45
» 고뇌를 발설했다 휴미니 2019.03.11 32
41 저의 의지 앞에서 휴미니 2019.03.11 52
40 희망 휴미니 2019.03.12 58
39 혼까지 다 담아 휴미니 2019.03.12 55
38 삶의 모든 것 휴미니 2019.03.13 35
37 허공을 흔들어대니 휴미니 2019.03.13 43
36 가겹게 해 주소서 휴미니 2019.03.14 35
35 소금꽃 함초 휴미니 2019.03.14 32
34 가슴으로도 본다 휴미니 2019.03.15 35
33 구름은 이야기 휴미니 2019.03.15 28
32 괴로움과 외로움 휴미니 2019.03.18 36
31 가마솥 걸어 놓고 휴미니 2019.03.18 40
30 태풍 후의 햇빛 휴미니 2019.03.19 35
29 가시연꽃 휴미니 2019.03.19 51
28 무엇에게라도 휴미니 2019.03.20 23
27 축축하게 젖었다 휴미니 2019.03.21 40
26 갈림길 그리고 선택 휴미니 2019.03.21 34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