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6 09:59

강을 바라보는 것

조회 수 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kMR7A4.jpg

 

저녁강을 건너가면서

 

저무는 나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찾아서

저녁강을 건너가는 것이다

 

저물녁의 강이 나와 같아서

강을 건너가듯이 저녁의

나를 건너가는 것이다

 

강도 나를 건너 오는 것인데

나를 밀고 가면서 나를

굽이쳐 흘려보내면서

두루마리 같은 강이

몸을 펼쳐 시 한 편 쓰고 있다

 

이파리 떨어진 뼈에

환한 마애불 새기는 일이다

저물녁의 강을 바라보는 것은

눈을 뜨고 숨을 쉬는

습관 같은 것이어서

내가 강을 건너가듯이

 

저녁강을 건너가는 것이란

꽃진 살갗에 어두운

문신을 새기는 일이다

 

강에 익숙해지기 전에

새벽은 물 건너 저쪽에서

밤은 물 건너 이쪽에서

출렁이면서 오는 것이므로

 

저녁강을 건너가면서

서약 같은, 맹세 같은

물빛이 내게 스미길 원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5 누군가 돌을 던집니다 휴미니 2019.04.10 307
1124 행복하게 휴미니 2019.04.09 282
1123 이 빗속을 함께 휴미니 2019.04.04 281
1122 외로운 사람들에게 휴미니 2019.04.02 272
1121 삶의 친구 휴미니 2019.04.03 266
1120 정말힘이 든다 휴미니 2019.04.05 262
1119 우리의 사랑 휴미니 2018.07.15 262
1118 한마음으로 놓은 수가 휴미니 2019.04.01 251
1117 알맞게 익혀줄 효소 휴미니 2019.02.27 237
1116 사랑 신고 휴미니 2018.11.12 159
1115 아름다운 세기의 뜰 썬샤인77 2018.02.21 143
1114 낮에 보이는 달 휴미니 2019.01.30 123
1113 벗의 이름에 부치는 시 휴미니 2019.03.26 123
1112 우리가 물이 되어 가는 썬샤인77 2018.04.09 119
1111 포장마차 휴미니 2019.03.25 106
1110 모두의 안식처 휴미니 2019.03.25 91
1109 하늘 연못을 연주하는 지리산 소년에게 썬샤인77 2017.12.19 91
1108 하늘아 무너져라 하지만~ 썬샤인77 2018.01.16 84
1107 커피향은 빗물을 타고 썬샤인77 2017.12.24 82
1106 지금의 밤비 썬샤인77 2017.12.17 8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