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접수] 딱, 하루만 키워 보실래요?

by 최주 posted Feb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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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하루아침에 고아가 10 소녀의 하루 동안의 부모 찾기 여정

 

100% 반품 가능 

하루만 저를 키워 보실래요?

 

         김나윤

 

 이렇게 윤기 없고 주름까지 볼품 없는 구두는 처음이에요. 항상 빨간색이나 노란색의 반짝반짝 에나멜 구두만 신거든요. 분명 양말을 신었는데도 낡은 검은색 구두는 걸을 때마다 안쪽에서 바람이 푸식- 푸식- 올라와요. 그건 마치 속에서 올라오는 같기도 해요. 토가 나왔는데 뱉을 곳이 없어 삼켜버렸을 찝찝한 기분이 지금의 상태 메시지에요.

 

  안이 내내 신경 쓰여요. 시원한 물이라도 누가 모금 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아요. 주뼛주뼜 가만히 서서 혓바닥으로만 안을 닦아네요. 그때였어요. 송곳니가 흔들거리기 시작했어요.

 

 “ 자리는 유견치라고 부르는 송곳니인데요. 보통 10살에서 12 정도에 빠져요. 우리 소연이각 이제 10살이니까 다른 또래들보다는 조금 빠른 속도네요. 하지만 누구나 빠지는 유치니까요. 걱정하실 필요는 없고요. 상태를 보아하니 멀지 않아 흔들릴 같아요. 그때 다시 치과에 오시면 됩니다.”

 

 얼마 엄마랑 치과 정기 검진을 갔을 때였어요. 의사 선생님은 유치가 빠질 거라고 하셨는데요. 하필이면 지금일까요? 이제는 혓바닥이 윗니를 오가며 없이 움직이기 시작해요. 이렇게 신경 쓰이는 일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심호흡 한번, 가슴을 매만지기를 , 그렇게 마음을 정돈하고 발짝 앞으로 걸어가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눈높이에 맞춰 엄마 아빠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어요. 

 

 바로 어제. 우리 사람은 처음으로 인생네컷을 같이 찍었는데 그게 영정사진이라니. 장례식장에 사람들은 사진 속의 엄마 아빠가 너무 밝게 웃어 가슴이 찢어진다고 우는 소리를 내었어요.

 

 우리가 타고 있던 차를 사람은 나이가 많지 않은 아저씨인데요. 이번이 벌써 번째 음주 운전이라고 했어요. 우리 차가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에서 오던 차였는데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대요. 아빠가 아끼던 차는 콜라를 밟았을 처럼 꽈악 하고 눌렸어요. 거기에 엄마 아빠가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상해요.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몸에는 작은 상처 하나가 없어요. 송곳니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고는요.

 

 “아이고 소연아. 너도 울고 싶으면 울어라. 엄마 아빠 좋은 곳으로 가게 크게 울어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친척이 가짜 울음을 울듯 땅을 치고 배를 보이며 누워요. 우리 부모님의 결혼식에 전부라는데 뭐가 그리 슬프고 원통하다는 건지 없었죠. 이따금 나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피해버리는 사람은 바로 이모예요. 이모는 소리 없는 울음을 울어요. 눈물이 말랐다가 다시 나올 때는 입술을 안으로 바짝 밀어 넣어 숨까지 참는데, 이상하게 눈엔 보여요. 

 

 “소연아, 잠깐만!”

 

 어른들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때마다 나에게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요. 그러고는 어서 골방에 가서 붙이라고 해요. 눈은 붙여도 귀는 열려 있는데 말이죠. 누워서 흔들리는 윗니를 가지고 놀아요. 손으로도 만졌다가 혓바닥으로도 이리저리 옮겨봤다가요. 엄마가 옆에 있었다면 -하고 손등을 내려쳤을지도 몰라요. ‘자꾸 그러면 예쁜 나요!’ 라면서 말이죠.

 

 “내가 어떻게든 소연이는 맡을게. 대신 나도 정리를 해야 하니까 장례 끝나고 누가 하루만 챙겨줘요. 진주에 있는 집도 회사 일도 정리하려면 나도 하루 가지고는 촉박하긴 한데... 하루만! 그거면 돼요.”

 

 이모는 장례식장 복도에 있는 커다란 벽달력을 집어 왔어요. 이모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어른들 앞에 숫자 11 가리키며 하루라고 아주 짧은 시간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모를 제외한 다른 어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일부러 들리게 말하는 같거든요.

 

 “애들이 수험생이라…….” 

 

 “ 요즘 약을 많이 먹잖니. 밥해 먹일 기운도 없다.”

 

 “요즘 우리집 양반 일이 풀려서…….”

 

 다들 저마다의 시름겨운 이유를 늘어놓네요.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가 뜨거워졌어요. 결국 이모를 대신해 하루 동안 나를 돌봐 어른은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 혼자 있게 됐어요. 온전히 혼자는 아니에요. 홈캠이 있거든요. 솔직히 나도 다른 곳에 가는 보다 집이 좋다고 생각해요.

 

2023 12 11 월요일 오전 10

 며칠간 비어 있던 우리집은 보일러의 난방이 틀어져 있는 것처럼 따뜻했어요. 엄마가 집을 선택한 이유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거실 가득 해가 들어서라고 했는데 선택이 옳았음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어요.

 

 “엄마, …….”

 

 소파로 -하고 주저앉으며 나는 습관적으로엄마!” 불러요. 그리 넓은 집도 아닌데 목소리가 다시 돌아와요. 마치 이제는 정신을 차리라는 것처럼요.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틀어봤어요. 손톱 하나가 꽤나 까끌까끌한데 하는 없이 반대편 엄지와 검지로 힘주어 당겨요. 손톱까지 벗겨지면서 금세 피가 맺혔어요. 평소 같았으면 엄살을 피우며 아프다고 놓아 울었을 텐데 오늘은 왠지 아프지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저 흔들리는 이빨도 이렇게 혼자 빼낼 있는 거면 좋겠어요. 

 

 그때였어요. 인터컴이 울리고 화면에 짧은 파마머리를 아줌마가 보여요

 

 “누구세요?”

 

 “, 딸내미구나? 엄마 계세요? 저번에 말씀드린 신제품 카탈로그를 가져왔는데.”

 

 정수기 판매원 아줌마였어요.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아줌마의 질문이 없이 이어졌어요.

 

 “멀리 가셨어요?”

 

 “.”

 

 “언제쯤 돌아오시는데요?”

 

 “모르겠어요.”

 

 정수기 판매원 아줌마가 말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겠죠? 제가 묻고 싶은 질문들을 아줌마가 하는데, 정작 대답해 있는 사람이 없네요. 

 

 “이번에 들어온 신제품인데 한번 들여보시라고 전해줘요. 보고 아니면 반품하면 되니까.”

 

 “저는 그런거 몰라서요.”

 

 “에이 . 되겠네. 다음에 엄마 계실 올게요.”

 

 화면이 까맣게 바뀐 인터컴에 대고 나는 작게 대답해요.

 

 ‘엄마는 이제 우리집에 계세요.’

 

 그러고는 멀뚱멀뚱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어요. 

 

 ‘한번 들여보고 아니다 싶으면 반품 가능?’

 

 정수기 판매원 아줌마의 말이 입에 맴돌아요. 한쪽 다리를 반대편 다리에 꼬아 올려 흔들거려보아요. 그리고 생각을 곱씹어 보아요.

 

 ‘혹시, 나를 키우고 싶은 부모님이 있을까요?’

 

 ‘ 세상 어딘가에 나의 부모님이 되어줄 어른이 있을까요?’

 

 ‘하루만 키워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반품도 가능하다면요?’

 

 이대로는 되겠어요. 이빨이 흔들려도 그대로 수밖에 없는 엄마 아빠 없는 애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나에게는 좋은 부모님이 필요해요. 나는 제법 괜찮은 꼬마라고요.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갔어요. 그러고는 꼭대기 층부터 차근차근 눈을 내려봐요.

 

 ‘ 층에 누가 살았더라?’

 

 22,21,20,19,18,17,16,15,14,13, 그리고 12. 우리집 바로 위층에서 숫자 세기를 멈춰요. 우리집 위층에는 예쁜 아줌마랑 잘생긴 아저씨가 살아요. 엄마 말로는 신혼부부래요. 작은 캐리어에 승무원 복장을 하고 출근하는 예쁜 아줌마와 아빠가 부러워하던 반짝이는 검은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아저씨가 나의 부모님이 번째 후보예요. 엄마는 다정한 신혼부부를 보며 말했어요.

 

 “ 집은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예쁠까?”

 

 “예쁜 마음은 예쁜 얼굴로 나온다는데 마음씨도 분명 곱단이일거야!”

 

 부리나케 집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어요. 제일 아끼는 빨간색 원피스에 엄마가 다려서 옷걸이에 걸어둔 블라우스, 회색의 가디건까지 살짝 걸쳤어요. 귀걸이가 달린 머리띠까지 하고 거울을 보았다가 그건 바로 뺐어요. 어깨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없는지 흰색 타이즈에 구멍은 나지 않았는지 혹시 엄마 아빠가 없는 냄새는 나지 않는지 꼼꼼하게 체크했어요. 거울을 보며 윗니를 보는데 잇몸과 사이가 벌어졌어요. 잇몸도 부풀어 올랐고요. 누군가가 나에게 치과에 가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엄마 아빠가 돌아가셔서 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잇몸이 붓고 피가 나기 전에 얼른 부모님을 찾아야 해요. 

 

 12 집의 벨을 누르자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요.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11층에 살고 있고요. 이번에 고아가 소연이라고 해요.” 

 

 “…….”

 

 “고아 아시죠? 제가 고아가 됐거든요!”

 

 비록 한참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문이 열렸다는 좋은 징조예요.

 

 “이름이 소연이라고 했나? 어서 들어와!”

 

 생각보다 현관문을 넘는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라고?”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나는 이를 악물고 용기를 냈어요. 

 

 “저를, 하루만 키워 보시겠어요? 마음에 드시면 즉시 입양도 가능합니다!”

 

 예쁜 아줌마의 눈이 놀람과 짠함으로 커졌어요.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을 이어 갔어요.

 

 “그건 나중에 생각 보자. 지금은 우선...”

 

 나는 너무 배가 고팠던터라 최대한 예의를 갖춰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말했어요.

 

 “혹시 제가 먹을 있는 있을까요?”

 

  말이 끝나자마자 예쁜 아줌마는 브런치 카페에서나 나올 법한 토스트를 만들어주셨어요. 무척이나 예쁘고 깔끔한 집에 어울리는 메뉴였죠. 그런데 내가 토스트를 먹을 때쯤이었어요. 예쁜 아줌마의 입에 그렇지 않은 말이 나왔어요. 

 

 “소연아, 미안하지만 우리는 너의 부모님이 수가 없단다.”

 

 “왜요?”

 

 포크에 남아 있던 토스트를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 접시에 그대로 내려놨어요.

 

 “우리는 딩크족이야.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거든.”  

 

 옆에 있던 아저씨도 나를 불쌍한 아이처럼 쳐다보기 시작했어요. 

 

 “... 어쩔 없죠.”

 

 처음부터 부모님이 생길 거라고는 기대 하지 않았지만 저렇게 예쁜 엄마 아빠에게 아이가 없다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거절 당하는 일은 쉽지 않네요. 먹어서일까요? 이가 욱신 거려와요. 아무래도 집에서 나가야 같아요.

 

 2023 12 11 월요일 오후 3

 

 이번엔 새로운 부모님 찾기 작전을 바꿔 보려고 해요. 나를 키워야 하는 이유를 강조해 보려고요.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어 누군가 질문하면 대답할 것들을 적어 봐요.

 

v 우월한 유전자 - 3학년 반장, 공부 매우 잘함

v 자체 방역 완료 - 예방 접종 거른 없음

 

 다시 1층에 나와 고개를 들어요. 우리집을 젖히고 10, 9, 8, 그리고 7? 나는 7월에 태어났고 내가 좋아하는 숫자도 7이니까 왠지 느낌이 좋아요. 701 현관문 너머로 웃음과 울음이 적당히 새어 나오는데 집을 택한 잘한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안녕, 소연아!”

 

 벨을 누르자마자 인터컴 너머로 얼굴을 알아본 사람이 있어요. 맞아요. 여긴 같은 친구 은지가 사는 집이거든요. 놀란척했지만 사실 알고 눌렀어요. 은지 엄마는 우리 엄마랑 카페도 적이 있고, 쇼핑도 같이한 적이 있어요. 게다가 아이가 많은 집은 나같이 불쌍한 고아를 모른 척할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지난번에 은지네 엄마가 얘기하는 들었는데 늦둥이를 낳을 생각도 있댔어요. 3명을 키우나 4명을 키우나 똑같지 않겠냐면서요. 지금 10살이니까, 갓난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힘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솔직히 은지보다는 제가 공부도 잘하고 알아서 하는 편이니, 아줌마 마음에 들지 몰라요.

 

 “그동안 키우던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를 거예요.”

 

 당돌한 나의 제안에 은지네 엄마는 적잖이 놀라신 듯했어요. 하지만 은지네 엄마는 마냥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해주세요. 은지 집에는 아이 침대도 있고, 책장 가득 읽고 싶은 책도 많아요. 냉장고에는 모든 반찬이 아이용이라고 적혀 있어요. 아무래도 내가 살기엔 집이 제격인 같아요. 그런데 말이죠. 집에 2시간이 지났는데 첫인사를 했을 빼고는 아줌마의 눈을 한번 마주치지 못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이가 아프다는 얘기를 살짝 건네볼까 싶었는데 말이에요. 

 

 “은지야. 너희 엄마는 맨날 이렇게 바쁘셔?”

 

 “오늘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걸!”

 은지에게는 흔한 일이 나에게는 귀한 일이네요. 아줌마는 막내 동생을 재우다가 먼저 잠이 드신 같아요. 아무래도 집도 제가 있을 곳은 아닌 같아요. 조금 열린 방문을 비집고 들어가 아줌마의 귀에 대고 말했어요.

 

 “아줌마. 그만 가볼게요!”

 

 “아니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보지 그래.”

 

 잠이 아줌마가 처음으로 저와 눈이 마주쳤어요.

 

 “아니에요. 저에게는 아줌마 냄새가 스며들지 않는 같아요.”

 

 “냄새라니? 무슨 냄새?”

 

 아줌마가 늘어진 반팔티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어요. 오후 내내 함께 있었는데, 은지에게는 나지만 나에게는 아줌마 냄새가 베어 들지 않았거든요.

 

 “ 괜찮아요. 다시 부모님을 찾으러 가면 되니까요.”

 

2023 12 11 월요일 오후 8

 다시 밖으로 나와 6층부터 1층까지를 올려다보아요. 중에서 아이가 필요한 집을 골라내고, 나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줄 부모님이 있는 집을 다시 솎아내요. 아마도 은지네 바로 아래층에 있는 601호가 가장 적당할 같아요. 엄마는 집에 살던 오빠가 사고로 하늘나라에 먼저 갔다고 했어요. 내가 부모님을 구하러 왔다고 말하자 601 아줌마 아저씨는 묻지도 않은 오빠가 지내던 방을 내어주셨어요. 아줌마는 내가 5 들었던 자장가도 틀어주셨고, 아저씨는 우유도 따뜻하게 데워서 주셨어요. 

 

  시간이 되어 침대에 눕자 나는 이상하게 몸이 간지럽기도 하고, 등이 배겨오는 같았어요. 몸은 편한데 마음이 이토록 불편한 이유는 뭘까요? 게다가 이도 아파 잠이 오지 않아요. 턱에 손을 보니 한쪽 얼굴이 잔뜩 부은 같아요. 열도 나는 같고요. 아무래도 아줌마 아저씨는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한 같아요. 분의 슬픔이 너무 아픔은 보지 하신 걸까요? 아무래도 이번에도 잘못 찾아온 같아요. 

 

죄송해요. 저는 아무래도 돌아가 봐야 같아요.”

 

 “아니 . 우리가 서운한 있었니?”

 

 “아껴뒀던 이불을 꺼내줄까?”

 

 “아니다. 다른 자장가를 틀어 그랬나?”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 말이라도 있니?”

 

 “이제는 울지 마세요.”

 “......”

  말에 아줌마 아저씨는 큰소리를 내며 울었고, 이상 저를 잡지 않았어요. 

 

2023 12 11 월요일 오후 11

 그렇게 나는 다시 집에 혼자가 됐어요. 엄마 아빠가 있을 때와 똑같이 양치질하고는 샤워하고 머리도 감아요. 나는 피부에 물이 떨어지는 느낌이 좋아요. 그래서 물을 맞으며 한참을 있는 좋아하는데 이때쯤이면 들려와야 엄마의 잔소리가 오늘은 없네요. 물소리와 엄마의 잔소리가 합체되면 맞는데 말이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마음이 클까요? 아니면 고아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클까요? 나는 물소리를 핑계 삼아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울어요. 

 그때였어요. 

 

 “머리 감을 뒤쪽까지 해야 냄새 난다.”

 

 잘못 들은 걸까요? 아니면 마음속 엄마의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온 걸까요?

 

 “오히려 머리 냄새는 여자애들이 많이 나는 알지?”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우리 집에 엄마 귀신이 건가요? 정말 엄마가 환생한건가 싶어 찬찬히 고개를 돌려보는데요. 깜짝이야. 이모예요. 약속한 시각보다 훨씬 빨리 이모가 집에 왔어요. 

 

 “이모가 어떻게?”

 

 “어라? 이모가 빨리 와서 싫은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홈캠으로 보니까 여기저기 엄청나게 다니더라? 걱정돼서 빨리 왔지.”

 

 “이모.”

 

 “! 열고 샤워하면 추워. 얼른 마무리 하고 나와! 간식 줄게.”

 

 이모는 양손 가득 장을 가방을 정리 중이에요. 나는 다시 욕실 문을 빼꼼히 열고 이모를 향해 외쳤어요.

 

 “혹시 이모도 나를 키우다가 반품할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나를 키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 김소연! 가족이라고 달랑 둘인데 무슨! 세상에 우리 둘뿐이라고!”

 

 “그럼, 이모. 거기 있는 계약서에 싸인 해줘야 해요.”

 

 “계약서라니?”

 

 “100 약정이에요. 반품은 돼요. 절대로요! 환불도 해줄 거라고요.”

 

 내가 만들어 <엄마 계약서> 보던 이모가 소리를 내어 울어요. 이모의 입에서는 번도 듣지 못했던 울음소리예요. 나는 머리를 헹구고도 쉽게 욕실 문을 나서지 못했어요. 비누거품을 헹구고 헹구며 아앙- 하고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어요. 그리고 한참 . 퉁퉁 부은 눈으로 머리에 수건을 감고 나온 나를 보자 이모는 양팔을 잡고 소파로 데리고 앉아요.

 

 “눈은 그렇다 치고 한쪽 볼은 이렇게 부은 거야?”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윗입술을 단박에 들추어요. 거의 빠져서 달랑거리는 이를 -하고 잡아 빼주었어요. 눈물을 닦던 휴지를 반으로 잘라 접고 접어서 이빨 사이에 끼워줬어요. 그러더니 이제 피가 멈출 거래요. 

 

 “유치가 빨리 빠졌네? 우리 소연이 이제 예쁜 송곳니가 나겠구나? 유치는 누구나 빠지는 거야. 속도만 다를 뿐이지. 유치가 빠져야 어른이 되는 이가 나는 알지? 다음번에 이가 흔들리면 그때는 이모랑 같이 치과 가자. 알았지?”

 

 지금부터 나는 고아가 아니에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앓던 이를 빼줄 엄마가 있거든요.

 

 “이모. 머리 말려 주세요.”

 

 “그럼 그럼. 우리 소연이 이모 앞으로 보렴!”

 

 이모가 온도를 맞춰둔 드라이어 덕에 볼에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바람이 불어와요. 

 


개인 정보

 

*이름 : 김나윤

 

*연락처 : 010 5107 7959

 

*생년원일 : 19820924

 

*간단 프로필 : 20년차 방송작가

MBC <기분좋은날>, SBS <생방송투데이>

mnet <와이드 연예뉴스>, tvN <이뉴스>

JTBC <믹스나인>, 중국 아이치이 <슈퍼아이돌4>, TV조선 <쇼퀸>

mbc every1 <로맨스의 일주일>, <어서와 여기는 처음이지>,

JTBC <수상한 휴가 가자GO>,

HYBE <인더숲 : BTS>, <인더숲 : 세븐틴>, <인더숲 : 우정여행>

 

*저서 : <웰컴 아바월드 - 제주 부리는 아이들>, <무지개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