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8.06.15 11:20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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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레들 소리 웅웅거리는 검은 새벽, 모처럼 나만의 골방 한켠을 치우며

써 나가고 있는 시들을 정리해 본다. 얼마전 구인을 위해 열었던 이력서에

심겨져 있던 랜섬 바이러스로 회사 중요 작업물과 쓰고 있던 시의 초고,

퇴고본 수십 점이 사산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쓰리라 마음

먹었던 그때는 보란 듯이 사라져 버리고 탈고를 못한 너희들로 인해 가슴이

아리다. 그나마 집에서 골방에서 종종 정리해 놓은 탈고, 퇴고, 초고를 한데

합치고 성경 말씀을 읽는 그리고 기도의 자리이자 시/에세이/문예지/경영

서적을 읽는, 영어 공부를 하는 연두 책상을 재배치한다.

( 책들 사이로 은행 봉투 하나가 발견됨은 이 시간에 부지런을 떤 전혀

기대 않던 횡재다. 시퍼런 지폐가 눈앞에서 환호한다. )

  

  활동 중이고 또한 활동했던 문단의 문예지를 보고 20년, 10년, 5년 전,

3년, 1년, 최근까지 적어 뒀던 시들과 씨앗인 시상, 초고/퇴고본 몇 점을

꺼내 든다. 두- 툼하게 모여진 아이들을 보며 너희들만은 마지막까지

부지런히 퇴고하여 세상의 빛을 보게 하리라. 한 사람 누군가 단 한 사람

만이라도 이 시들에 공감하고, 나아가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태어난 아이들을 축복하고 사랑해 주는 이들처럼 말이다.

  

  '사산아', 또 하나의 모티브를 메모하며 그동안 모아진 (시의) 종자까지

훑어보니 어느새 아침이다. / 시선, 2018.06.13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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