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0 02:55

저문 봄날에

조회 수 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h3DYLMP.jpg

 

저문 봄날에

 

높이보다 얼마나 잘 엉키느냐가 중요한 삶에서

가시덤불처럼 엉키고 잘 익은 알 하나로 남는 일

삶의 덩굴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구들목에서 호박씨가 마르는 겨울 내내

만지작 만지작 우리의 생각도 말릴 일이다.

 

어쩌다 우리의 꿈밭을 엿보는 이에겐

푸른 얼굴 내밀어 웃어도 보지만

이파리 무성한 속에 몇 덩이 꿈을 둥글리는 일

가을까지 실하게 영그는 일 잊지 않는다

 

봄에서 여름까지 가을까지 뻗어보는

밤낮으로 덩쿨 덩쿨 엉켜보는

엉키고 설키는 것이 삶이라 믿으며

양손에 애호박 몇 개 저울의 추처럼 달고

비틀거리지 않는 꿈을 얽어보는 거야

 

저문 봄날 울밑에 호박씨 하나 심는다

호박꽃도 꽃이냐고 사람들이 웃는 꽃

반짝 반짝 담 높이 얹어 두고 넝쿨이 가는 길

담 따라 햇살 따라 우리도 가보는 거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 종이 보석함 썬샤인77 2018.03.05 31
164 누이야 썬샤인77 2018.03.04 28
163 마지막 종례 썬샤인77 2018.03.03 37
162 동백섬 썬샤인77 2018.03.03 41
161 나의 커피 한잔의 행복 썬샤인77 2018.02.28 37
160 이런 엘리베이터 썬샤인77 2018.02.27 36
159 묵상 썬샤인77 2018.02.27 30
158 산다는 것의 쓸쓸함에 대하여 썬샤인77 2018.02.24 29
157 유비무환 썬샤인77 2018.02.24 32
156 이리도 세상이 아름다운 건 썬샤인77 2018.02.24 27
155 저기 살아 숨 쉬는 바다 썬샤인77 2018.02.24 27
154 우리들 돌부처 썬샤인77 2018.02.24 30
153 겨울애 사랑 썬샤인77 2018.02.23 44
152 아름다운 세기의 뜰 썬샤인77 2018.02.21 143
151 다가올 봄의 소리 썬샤인77 2018.02.20 37
150 한때 살아봄직한 삶 썬샤인77 2018.02.19 34
149 진달래 소식 썬샤인77 2018.02.19 34
148 전기 길이 있었다 썬샤인77 2018.02.19 28
147 봄은 현기증이다 우리는.., 썬샤인77 2018.02.18 37
146 기다림 썬샤인77 2018.02.18 39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