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bDbTCGh.jpg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 가을 나그네 휴미니 2019.02.20 44
84 내 알몸 훔쳐물고 휴미니 2019.01.28 44
83 목숨보다 향내가 휴미니 2019.03.08 45
82 순백이 되는 휴미니 2019.03.05 45
81 꽃마중 가기 썬샤인77 2018.01.17 46
80 가슴이 터지다 휴미니 2019.02.25 46
79 회오리 바람 휴미니 2019.02.01 46
78 겨울을 재촉하는 비 휴미니 2019.01.02 47
77 가슴 한 쪽 빈자리엔 휴미니 2019.01.11 47
76 흔들어 보지 말아요 휴미니 2019.01.25 47
75 홀로 남은 개미의 편지 썬샤인77 2018.01.25 48
74 혼자 밤일을 하다 휴미니 2019.01.03 48
73 지루하고 맥이 휴미니 2018.10.31 49
72 우리 잠시 쉬어 가세 썬샤인77 2018.02.15 50
71 친구 여자 친구 휴미니 2018.12.27 50
70 가시연꽃 휴미니 2019.03.19 51
69 저의 의지 앞에서 휴미니 2019.03.11 52
68 내장이 뒤틀린다 휴미니 2019.02.12 52
67 휴지로 닦아내려다 휴미니 2018.12.31 52
66 외로움 휴미니 2019.02.15 53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