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0 02:55

저문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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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봄날에

 

높이보다 얼마나 잘 엉키느냐가 중요한 삶에서

가시덤불처럼 엉키고 잘 익은 알 하나로 남는 일

삶의 덩굴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구들목에서 호박씨가 마르는 겨울 내내

만지작 만지작 우리의 생각도 말릴 일이다.

 

어쩌다 우리의 꿈밭을 엿보는 이에겐

푸른 얼굴 내밀어 웃어도 보지만

이파리 무성한 속에 몇 덩이 꿈을 둥글리는 일

가을까지 실하게 영그는 일 잊지 않는다

 

봄에서 여름까지 가을까지 뻗어보는

밤낮으로 덩쿨 덩쿨 엉켜보는

엉키고 설키는 것이 삶이라 믿으며

양손에 애호박 몇 개 저울의 추처럼 달고

비틀거리지 않는 꿈을 얽어보는 거야

 

저문 봄날 울밑에 호박씨 하나 심는다

호박꽃도 꽃이냐고 사람들이 웃는 꽃

반짝 반짝 담 높이 얹어 두고 넝쿨이 가는 길

담 따라 햇살 따라 우리도 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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