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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통폐합

전국 문창과 학생들의 목소리

 

 

문예창작과가 위험하다. 이는 비단 문예창작과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초학문과 예체능 학과가 위험하다. 최근 6년간 문을 닫은 학과는 약 1,000개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순수학문 혹은 예술 계열의 학과다.

문제는 이것이 어떤 거대한 "적"이 악의를 가지고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수학문과 예체능 학과의 통폐합 혹은 폐쇄"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지난 2016년 4월 16일 있었던 한국문예창작학회 30회 정기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한원균 교수의 발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원균 교수에 의하면 2023년 예상 고교 졸업자 수는 40만 명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과와 대학들이 유지되는데 필요한 학생 숫자는 56만 명이다. 수치상으로는 100개 대학이 신입생 모집이 불가능해질 거라는 이야기다. 당장 6년 뒤의 일이다. 문제는 이 100개의 대학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까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대학을 5단계로 평가해 각 평가에 맞춰 대학의 입학정원을 강제로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고등학교의 졸업생 숫자에 맞춰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평가 기준은 아래와 같다.

 

문예창작과 통폐합.jpg
대학 평가 2단계 지표 <자료제공 = 교육부>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이번에 문예창작과를 통합하려 시도했던 경기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7%의 입학정원을 강제로 줄여야 했던 경기대학교는 학과통폐합을 제안했다. 학생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입학정원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학들에게 학과의 통폐합은 필수불가결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정원만 줄이고 넘어간다면 어차피 다음 평가에서 다시 한번 입학정원을 줄여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터다.

학생 인구가 줄어든 것은 현실이고, 결국 어떤 대학교와 학과는 없애야 할지 선택해야할 기로에 놓여 있다. 남은 것은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과연 어떤 학과를 없애야 하는 것이 맞을까? 그리고 평가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다시 문예창작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런 상황 속에서 문예창작과의 통폐합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기만 하다. 경기대를 제외하고도 서울 유명 문창과부터 지방의 문창과까지 통폐합을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등단을 목표로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생존이 보장 받지 못한다. 이는 등단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문예창작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빠르게 순수문학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이들도 있다. 상업문학, 방송작가 등 다른 경제적인 지점을 찾는 것이다. 

뉴스페이퍼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문예창작과 실기전형을 준비하는 학생 60명 중 42명은 대학에 들어가 순수문학이 아닌 다른 글쓰기(방송작가,웹소설작가)를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이 이러한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와 취향의 문제를 꼽았다.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 응한 한 학생은 "문학을 하고 싶지만, 최소한 밥은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며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먹고 산다면 꼭 순문학이 아니어도 된다."라고 말했다. 아직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고등학생에게도 먹고사는 일은 간절하기만 하다.

어떤 작가를 꿈꾸건, 이들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해서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타 대학의 문창과가 통폐합되는 것을 보며 다음 차례가 자신의 학교가 아닐지, 자신이 졸업하기 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문예창작과의 경제적 회복을 위한 노력이나, 혹은 대학평가 기준에 취업률을 제외하는 등의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 혹은 좀더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의 문제, 감소하는 출산율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스페이퍼는 대학교에서 글을 배우고 있는 각 대학교 문창과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무엇인가 이야기 하기 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특집이 준비됐다.

문예창작과 학생들의 글은 다소 논지가 부족할 수도, 글 실력이 모자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이기로 했다. 그것 역시 현장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뉴스페이퍼 = 이민우 편집장] lmw@news-pap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