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9 10:58

가시연꽃

조회 수 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Lgzr3RG.jpg

 

가시연꽃

 

내가 흙탕물 같았다

못 속으로 늪 속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가시연꽃을 꺾으셨네

어서 내려가라고 내 손에

가시 같은 수의를 쥐어주셨다

 

오늘은 가시연꽃에 앉아 보시라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지게에 얹고

산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내 등에 불현듯 가시가

돋아났다 연꽃이 피었다

 

다림질로 농 깊숙히 넣어둔

수의를 찾는 아버지 질퍽한

흙길을 숱하게 걸어오시느라

마음마저 누런 황토빛이다

 

한 동안 찢겨지고 파헤쳐진

창문이나 마당을 그대로 닮았다

맥도 험하고 골도 깊다

 

지내온 세월의 그늘이 짙어서

연꽃의 등불을 밝히시려고 하려는가

세상의 늙으신 아버지들은

가시연꽃을 닮았다

 

가시 많은 못이나 늪의

몸을 가려주는 수의 같다

진흙 같은 시절 헤치며 살면서도

상처 숨기지 않으셨는데

이제 먼 길 떠나시겠다며

삼베옷 곱게 한 벌 해입으셨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5 벗의 이름에 부치는 시 휴미니 2019.03.26 139
1124 모두의 안식처 휴미니 2019.03.25 105
1123 포장마차 휴미니 2019.03.25 124
1122 세상에 남은 것 휴미니 2019.03.22 47
1121 풍랑의 들판을 휴미니 2019.03.22 48
1120 갈림길 그리고 선택 휴미니 2019.03.21 48
1119 축축하게 젖었다 휴미니 2019.03.21 51
1118 무엇에게라도 휴미니 2019.03.20 29
» 가시연꽃 휴미니 2019.03.19 59
1116 태풍 후의 햇빛 휴미니 2019.03.19 46
1115 가마솥 걸어 놓고 휴미니 2019.03.18 44
1114 괴로움과 외로움 휴미니 2019.03.18 41
1113 구름은 이야기 휴미니 2019.03.15 32
1112 가슴으로도 본다 휴미니 2019.03.15 53
1111 소금꽃 함초 휴미니 2019.03.14 37
1110 가겹게 해 주소서 휴미니 2019.03.14 47
1109 허공을 흔들어대니 휴미니 2019.03.13 53
1108 삶의 모든 것 휴미니 2019.03.13 48
1107 혼까지 다 담아 휴미니 2019.03.12 63
1106 희망 휴미니 2019.03.12 6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