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혼자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