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그림
도화지 상단 끄트머리에
맞닿은 하늘의 끝을 담는다
뒤죽박죽 엉키어 굳어버린
인정 없는 도시의 아파트
파아란 유화물감 찍어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와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 할 것이다
아침이면 이슬 먹은 산책로에
장밋빛 햇살을 뿌리고
작은 텃밭, 채마를 가꾸며
울타리 낮은 단층집을 짓고
폭 넓은 거실에 난 화분 하나쯤 놓고
짖는 소리 크고 사나운
불독 한 마리 키우는
잔주름이 외롭지 않은 노부부
햇살이 찾아드는 베란다 창턱
노년의 평온을 떠올리며
상상의 캔바스를 펼친다
높지 않은 동산이 올려다 보이는
초원이 펼쳐진 언덕에
솜털박이 양심을 베어가지 않을까
조바심 하며 안절부절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산다
성냥갑같은 아파트
오밀조밀 붙어 서서
채 성숙하지 못한 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