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의 날
늦게 피운 사랑도 폐경을
앞둔 양 실낱같은 생명줄로
파르르 몸부림치며
마흔여섯의 날이 간다 그렇게 간다
조막손도 닳고 기억도 녹 슬고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은 시려오고
이제 찬바람만 불어도 지쳐오는 가슴
다 닳아버렸구나
태산도 무너뜨릴 듯한 마음도
닳고 세상 거친 것들
보느라 눈도 무뎌지고
올라가려 하나 쳇바퀴마저
다 닳아버렸구나
쉰을 향해 내쳐가는 길에
이제 지친 몸만 남아
저 산 위까지 짐을 지고
돌아오면 아내는 삼을
넣고 따숩게 삶은 닭
소반에 바쳐 내게 건넸다
숨가쁘게 산을 헤치며
짐승처럼 살아도 행복했고
진흙 구렁에서 일해도
마흔여섯 고갯마루에 서
뒤돌아보니 먼길인 듯 하였으나
온 길은 어제 본
영화처럼 흘러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