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에 떠밀려
로빈슨 크루소라고
이름 부르는 이상한
경보신호만 들리는 듯 했다
빠진 부력을 뗏목처럼
타고 올라 또 다른 어둠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차츰 부력이 빠지기 시작한
섬,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멀리 희미한 등대들이
나는 바다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나 바다는 귀가 다 잘려나가고
원시의 칠흙 같은 소리만
우우- 내 귀를 때렸다
섬 하나를 삼킨 아득한 바다
어둠만 꽉꽉 내 몫이었다
세상은 물론 망망대해였다
그렇게도 용솟음치던 바다
내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가끔 사람들의 거친
물살에 떠밀려 세상이
뱉아놓은 그물에
덥석 걸려들기도 하는
멍청한 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