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연애를 한다
가만히 보면 나무도 연애를 한다
서로 그리움으로 가지를 흔들고
뿌리끼리 은밀히 만나 얘기를 나눈다
은사시나무가 온몸을 파르르 떨면
자작나무가 한 겹 한 겹 껍질을 벗으며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제자리에 서서도 나무는 연애를 한다
매끈한 맨몸의 물푸레나무가
굴참나무 허리를 쓰윽 문지르면
온몸을 뒤틀어 툭툭 이파리를 떨구어내는 것도
그 때문인 것이다
자세히 보면 나무도
서로에게 다가가 안기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서로 엉겨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마디마다 힘을 주는 것도
새들이 날아와 앉을 때에도 시침 뚝 떼고
살짝 가지만 흔들어주는 것도
다 그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