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미일(未日)
- 은유시인 -
1
눈을 꼬옥 감고
가만히 귀 기울인다
보일 듯 말 듯
옅은 구름사이로 얼룽거리는
하얀 고지(高地)의 숨결
어느새
재빠른 사슴이 되어
아지랑이 낀
숲속의 사이길
정처 없이 내닫는다.
2
무겁게
내깔린
침묵의 어둠속에서
한 마리의 박쥐는
혼자만을 노래한다
날자!
허물마저 벗어던지고
그림자마저 태워버리고
태워버린 찌끼 하얀 재마저
샅샅이 핥아버리고…….
197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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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노트
1연과 2연은 각기 상반된 두 세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1연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간절한 소원이라면, 2연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절망과 체념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 詩가 제 머리꼭지에 피가 통한 이래 처음 써본 詩라 여겨집니다. 그땐 詩란 것이 뭔지 알았겠습니까? 교과서에 나온 ‘진달래꽃’만이 詩라 여겼던 시절이었지요.
이 詩를 쓸 때엔 내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암울하다 여겼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은근한 기대와 비례하여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지녔지요.
하루하루 새 날을 맞을 때마다 저 멀리 얼룽거리 듯 불분명하게 그려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겁 많은 사슴처럼 불확실성에 뛰어드는 기분이었죠.
박쥐는 내게 있어 가장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그러면서도 내겐 동질감을 갖게 하는 동물이죠. 어둠 속에 익숙해 진 박쥐는 결코 환한 빛 속으로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가 없음을, 내 자신이 지지리 못났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질타하게 됩니다.
그 당시엔 내게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내 자신의 조건으로부터 무조건 벗어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