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군 입대가 면제되어 방위로 근무를 했지요. 부모가 안 계시고 장남인 터라 방위근무 또한 ‘의가사제대’ 혜택을 받아 절반 기간만 복무하면 되었습니다.
칠곡군 성주에 있는 ‘마골부대’에 선소집(先召集)되어 1주일 남짓 교육을 받고 경북 왜관의 낙동강 대교에 있는 파출소 무기고 입초를 서게 되었지요.
처음엔 분도인쇄출판사 도안실에 근무하면서 방위생활을 했습니다. 즉,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격일로 밤에는 무기고를 지키는 방위근무를 했던 겁니다.
주변에는 수십 곳의 ‘니나노’술집이 번창하고 있었습니다. 왜관에는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고, 미군부대에 다니는 노무자들이 꽤 많았기에 그들이 주로 니나노집을 찾았습니다.
스무 살 남짓의 아가씨들이 성노예로 전락되어 새장에 갇힌 새처럼 자유를 잃고 성노리개로 시달림을 받고 있었지요. 아가씨들 상당수가 온 몸에 담뱃불로 지진 상처 한두 개씩은 지니고 있었답니다. 모두들 팔려온 아가씨들로 자유를 찾아 도망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었지요. 하긴 그 시절에는 그들 술집아가씨들 뿐만 아니라 못 사는 사람들 처지가 다들 비슷비슷했습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숱한 기회가 있게 마련이죠.
배울 수 있는 기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성공할 수 있는 기회 등등…….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살아가노라면 그러한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겁니다.
한때의 실패는 사람을 좌절하게 하지만 어떤 실패라도 사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지는 못합니다. 단지 스스로가 막다른 골목이라 여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