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벗기기
결국은 도마위에
조각 조각으로 널부러진
회한의 사유속에 남은 건
아린 눈물뿐이다
내가 너에게 스스럼없이
보여 주고자 했던
두손 모은 순결한 기도가
마침표로 찍혀 있었고
마침내 얇고도
속살로 드러나는
숨길 수 없는 하얀 자아
끝까지 감추고 싶은
삶의 지문은 무얼까
알몸으로 들어나는 의식속에
자꾸만 작아지는 원형
한꺼풀 한꺼풀
벗겨낼 때마다 손톱 밑이
아리고 눈물 끝에
콧물로 훌쩍인다
생성될 때부터 안으로
안으로만 겹겹이 뭉쳐진
방어기제 아집으로
뭉쳐진 본능을 만난다
한겹을 다 벗겨 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난다
슬픔과는 또다른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