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물에 젖은 돌에서는
모래가 부풀어 빛나고
저 혼자 걸어갈 수 없는
의자들만 비에 젖는다
기억의 끝을 이파리가
흔들어 놓은 듯
가방을 오른손으로 바꾸어 들고
느릿한 걸음으로 돌아 온다
저 오랜 투병의 가슴
집으로 돌아 온다
지친 넋을 떼어 바다에 보탠 뒤
곤한 안경을 깨워
멀고 먼 길을 다시 돌아 온다
여행자처럼 돌아 온다
저 여린 가슴
세상의 고단함과
외로움의 휘황한
고적을 깨달은 뒤
시간의 기둥 뒤를 돌아
조용히 돌아 온다
어떤 결심으로 꼼지락거리는
그를 바라다 본다
숫기적은 청년처럼
후박나무 아래에서
돌멩이를 차다가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물방울이 간지럽히는 흙을
바라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