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침 흙피리소리
숲과 늪지와 산과 들과 호수를
거쳐 흘러온 그림자 적막한 자연의 소리
모두 제 가슴에 부딪쳤다가
다시 쏘아보내는 연주자의 눈빛으로
모두 제 몸 안에 품었다가
다시 토해내는 연주자의 입김으로
모두 제 혈관에 뒤섞었다가
다시 흘려보내는 연주자의 메아리로
가을날 이른 아침 강가
내 영혼의 여적지 푸른 창을 깨고 들어와
내 꿈의 뒤얽힌 나뭇가지를 뒤흔들어
보다 단단해진 존재의 뿌리 느끼게하는
어쩌면 저 멀리 아득한 바다 건너
사막 건너 그림처럼 날아온 흙피리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