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한 번 그렸던 수채화
소나기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긴 세월 수증기 같던 인생
탕 속으로 구겨 넣으며
단 한 번 그려 보았던
생의 수채화는
어두운 골방에 밀려 들어가
오랫동안 망각의 그늘 속에
묻어 놓았었는데
오늘 그 그림이 행복이란
이름표를 달고
문을 밀치고 나와
유리 벽 저쪽에서
내 아픈 가슴을 사정없이
난도질 한다
그냥 잊고 있게 놔두지
체념의 눈을 뜨지 않게
모른 척 문도 열지 말지
이런 밤엔
서성이는 창가로 별들도
서럽게 울면서 찾아 오겠지
아, 그러나
저 만치 둥둥 떠있는
내 사랑의 수채화를
혼신으로
한번 더 껴안고 싶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
초라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