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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2024.02.20 23:55

'이승헌'작가의 '권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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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현 2024.02.21 01:05
    '이승헌'의 '권태'를 읽고

    삶의 기회라는 것은 위기의 탈을 쓰고 온다고 하던가. 나르시시즘의 갑옷을 쓰고 그럭저럭 잘 살아오고 있다는 오만 속에 살아오던 나에게 그간의 항상성이 나의 고집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메타인지를 깨워주는 사건이 나타나곤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의 눈물은 어찌 본다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에 대한 축포를 터뜨리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요즘 일본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도전에 수반하는 고통의 대가가 두려워 적당한 벌이에 만족하고 그에 맞추어 욕망을 축소하여 지낸다고 한다. 사토리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의 모습은 ‘이승현’ 시인의 시 ‘권태(倦怠)’에 나타난 우리 안에 갇힌 호랑이의 모습과 유사하다. 비슷한 발자취로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도 N포 세대라는 이름으로 같은 양태를 보인다. 오히려 이들은 제 발로 우리 안에 걸어 들어가 자신을 가둔 형국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은 사실 모두 호랑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한지 아닌지 조차에도 회의를 가질 만큼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 모습을 시인은 우리 모두를 벌거벗기듯 다음과 같은 시 구절을 반복하여 말한다. 그저 먹고 싸고 자고 번식!/또 먹고 싸고 자고 번식!/그러고 나서 또 또 또 먹고 싸!
    이 시구절을 보고 부끄러워지는 것은 비단 나에게 국한된 일일까. 우리 속 호랑이처럼 잘 먹고 있고, 직장에 잘 다니고 있고, 내 인생에 특별히 큰 문제는 없다. 퇴근 후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는 편리함이 있고, 유튜브에는 내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해줄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런데도 갑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은 왜일까.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골드문트는 성직자의 길을 가려 하다 그 길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문명과 떨어진 야산에서 살아야 하기도 했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살아있는 짐승을 만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맞닥뜨리며, 밤하늘의 시린 별이 뼈를 에는듯한 추위에 숨통이 끊어질 수 있다는 환경 속에서 그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죽음과 양극단이 아닌 맞붙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시 마지막 구절인 동물 사체를 핥아먹는 하이에나를 날파리 보듯 구경하고 싶다는 구절은 문명 속을 살아가는 우리의 표정을 일그러지게 할지는 몰라도, 이러한 정서를 야생의 한 장면만으로 묘사한 구절이 아닐까 싶었다.
    근육이 빠져나가고 이는 무뎌진 호랑이처럼 우리의 뇌는 생각하는 힘을 잃어간다. 우리의 육체는 목, 허리가 뒤틀려가며 퇴화되어 간다. 이것은 비단 나를 성찰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나도 평온하다. 평온하여 갑갑함을 느낀다. 그 갑갑함 속에 무력하게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살고 있으면서 죽어간다. 이것은 거대 기업이 만든 상업적 시류 때문일까. 아니면 문명 발달 과정에서 찾아오는 우리가 해결해야할 또 다른 거시적 차원의 문제일까.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것을 본다면, 권태(倦怠)를 다룬 비판적 시가 쓰여지는 것을 본다면 우리 사회는 또다시 생명력이 약동하는 사회로 전진하는 길을 찾아내겠지만 아직도 나는 늘 같은 시각에 타의적으로 일어나고 내 의지인지도 모를 퇴근 후의 삶을 보내며 우리 속 호랑이와 같은 삶을 살아낸다.
    숨이 차오를 만큼 달리기를 하면, 찬 물로 샤워를 하면 물리적인 고통 속에 나를 내몰면 나에게 잠시나마 정신이 돌아와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나의 심장이 약동하는 소리를 들으며 점차 다시 살아있고 싶다. 어릴 때 천천히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는 무언가에 집중하여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기차 차창 넘어 흘러가는 풍경을 우리가 인식할 수 없었던 것처럼 나는 지금의 흘러가는 세상을 볼 여력이 부족하다. 느린 사회를 갈망하며, 그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암담함을 함께 느끼기도 한다. 더욱 빨라질 흐름을 모두 예측하지 그 누구도 느려질 사회를 예측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심장 소리를 느끼며 그저 나의 생각을 하고, 나의 글을 쓰고 그렇게 나처럼 사는 사람의 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지금 이 시를 만나고 이러한 생각을 한 것처럼 우리의 개인이 모여 다시 모두가 그저 먹고 자는 삶이 아닌, 죽음과 연닿아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것의 시작은 우리가 우리에 갇혀있음을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우리. 문명이 태동한 이래로 여러 문제에 부닥쳐 왔으나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죽어가고 있는 우리도 다시 새 빛을 찾아 햇빛에 반짝이는 오동나무 잎의 윤기처럼 생기를 보일 것을 나는 기대한다.

    박성현/ 직장인/ 1997년 06월 18일/ hyebbbyx@gmail.com
  • profile
    炊晄 2024.02.29 17:15
    쓰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제 의도를 꿰뚫으시는 거 같아 감동이네요.
    더 강력한 도파민을 찾아 허덕이는 호랑이 중 하나인 제가 스스로 성찰하면서 쓴 시입니다.
    또한 나 뿐만 아니라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독후감을 잘 써주셔서 거듭 감사합니다.
    아래는 제 개인 유투브 채널입니다, 원활한 소통의 창구로 만들고자 합니다.

    https://youtube.com/@Sipumzarr?si=3qjiiRlrmEA_AL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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