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영 작가의 <북극곰 둥가 이야기>를 읽고
지금 이 순간에도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조금씩 물에 잠기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60년 무렵이면 전 국토가 침수될 전망이라고 한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해발고도가 3m밖에 되지 않는 투발루가 바닷물에 잠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1%도 배출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책임이 적은 투발루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유례가 없는 폭염과 폭우가 휩쓸고 갔던 지난여름의 이상 기후, 그리고 얼마 전까지 온 나라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북극 한파라고 불리는 매서운 추위가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어느덧 일상이 되고 있다. 뙤약볕에서 쓰러져 죽고, 차가운 골방에서 얼어 죽고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이 신문이나 방송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이러한 이상 기후도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뜨거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는 힘없고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라는 데 있다. 냉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온몸으로 기상이변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쪽방촌 주민들을 비롯한 사회 소외계층들. 그들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때로는 비극적인 희생자가 되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자는 또 있다. 북극에 살고있는 흰색 털이 아름답게 빛나는 북극곰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미 2008년 말경에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북극의 모습과 북극의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순록, 바다코끼리, 일각고래, 에스키모인이라고 불리는 이누이트들, 그리고 북극의 제왕 북극곰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화면은 보여주었다. 하지만 북극은 녹고 있었고 그들은 점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었다. 작은 유빙 위에 올라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북극곰의 모습을 지켜본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왜 ‘북극의 눈물’인지 알 수 있었다. 안재영 작가의 동화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 북극에 빙하가 녹으면서 둥가 가족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난다. 이미 백곰 아저씨와 흰곰 아주머니도 떠난 뒤였다.
안재영 작가의 <북극곰 둥가 이야기>는 인간의 책임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고 있지 않다. 다만 사흘 밤낮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쓰러지기 직전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람 마을로 내려갔던 둥가 아버지의 비극적 죽음을 통해 우리 인간이 북극곰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둥가는 이런 슬픈 현실에 좌절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동화를 읽는 내내 둥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둥가 가족들은 지구가 이렇게 병들게 된 것에 아무런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연은 북극제비갈매기가 둥가 가족을 응원하듯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북극곰 둥가 이야기>는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둥가는 이동 중에 번데기를 만나는데 둥가가 보기에 번데기의 여정은 엄청나게 고단해 보였다. 번데기의 몸으로 언덕 너머 목적지에 가기에는 몇 달이 걸릴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다. 그러나 동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둥가의 꿈에 나타난 번데기는 껍질을 벗고 노란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간다. 이는 둥가 가족이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둥가 가족이 잘 극복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의 도리가 아니라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제비갈매기의 말을 통해서도 지금 현실이 고단해도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힘써야 함을 우리에게 힘주어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안재영 작가가 <북극곰 둥가 이야기>를 왜 동화로 꾸몄는지 알 것만 같았다. 북극곰 둥가가 긴 여행을 끝마치고 남극에 도달해서 마침내 ‘남극곰’의 시조가 되는 것을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이 응원하며 꿈꾸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소망 소망들이 모여서 결국은 지금의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던져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또한 우리 어른들도 이 동화를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과 둥가 가족의 힘겨운 여행길들이 겹쳐져서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행했던 잘못들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북극이 녹고 남극이 녹으면 그곳에 터 잡고 살아가는 많은 생명들이 살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투발로를 비롯한 가난하고 힘이 없는 나라 사람들, 난방비가 없어 바깥 공기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쪽방에서 두꺼운 옷을 껴입고 살아가는 이 땅의 소외된 사람들은 결국 살아남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남았다고 안도하지 말자. 생태계는 하나의 연쇄적인 고리와 같으므로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살아남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북극곰 둥가가 북극에서 남극으로 험난한 여정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우리는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화석 연료를 통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녹고 있는 북극의 빙하를 멈추게 해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번데기가 나비가 되어 바위와 돌을 넘고 둥가가 제비갈매기와 함께 남극에 도달해야 우리도 그들과 다시 한번 어울려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름 : 서기철
직업 : 직장인
생년월일 : 1976. 1. 8
휴대전화번호 : 010-2634-9141
이메일 주소 : partizan9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