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할머니표 겉절이김치

 

윤영라 시인의 <김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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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동네에는 2일과 7일에 오일장이 열립니다. 할머니랑 둘이서 5일장에 가는 날이면 빼놓지 않고 사는 것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할머니의 친구인 한민자 할머니가 파는 핫바이고 두 번째는 찰옥수수, 세 번째는 고랭지 배추입니다.

 

 할머니가 배추를 자주 사는 이유는 저와 제 동생이 배추를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제 동생은 배추의 가장 안에 있는 노란색 아기 잎을 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해요. 그것은 아무래도 아빠를 닮은 것 같다고 할머니가 얘기해주셨어요. 저는 배추된장국을 좋아해요. 할머니가 끓여주는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아침마다 배가 따뜻해지는 느낌이거든요. 그렇게 저와 동생이 골라 먹고도 남는 배추가 있다면 할머니는 겉절이김치를 담가 주십니다.

 

 제가 같이 살고 있는 할머니는 외할머니이고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살고 있는 할머니는 친할머니인데요. 친할머니는 1년에 한번씩 김장김치를 담가 주시고 외할머니는 매번 장에서 배추를 사와 겉절이김치를 만들어주세요. 친할머니표 김장 김치는 목이 시원한 맛이 나고 외할머니표 겉절이김치는 매콤하지만, 달달한 맛이 나요.

 

 외할머니는 가끔 방앗간에 가서 이렇게 말씀하세요. 

 

 “우리 손주들이 먹을 맵지 않은 고추를 사 왔으니 정성껏 잘 빻아 주세요!” 

 

 그런 다음 새우젓, 멸치액젓, 고춧가루, 찹쌀 풀, 마늘, 생강, 설탕, 양파즙, 배즙 등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고 해요. 이렇게 황금비율의 양념을 준비해 뒀다가 절인 배추를 양념 묻혀 잘 섞어주는데요. 마지막에 깨소금을 넣으면 김치가 가장 맛있어진다고 해요.

 

 외할머니는 김치를 담글 때 항상 저를 부르세요. 김치통에 넣기 전에 제가 꼭 해줘야 할 일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간을 보는 일입니다. 

 

 “아론이가 마지막 간을 봐줘야 할머니 김치가 끝이 나지!” 

 

 제가 입을 크게 벌려 김치 맛을 본 다음, 두 손을 펴서 엄지를 내밀고 (쌍따봉) 그것도 모라자 두 발을 들어 (쌍쌍 따봉) 인정해 주면 할머니는 그제야 김치를 통에 넣으십니다. 

 

 아참, 할머니가 겉절이김치를 하는 날이면 밥솥에 수육을 삶으세요. 밥솥 뚜껑에서 치지지직 소리가 날 때 맞춰 아빠가 퇴근하는데 겉절이 김치와 수육이 밥상에 올라오는 날에는 밥 두 공기는 끄떡없어요.

 

 윤영라 시인이 쓴 <김치>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김치는 사랑

아들딸에게 보내고 

추운 겨울이 되기 전에 

김장해서 나눔의 미덕이 되는 김치

 

 

 우리 할머니표 김치의 장점은 맵지 않아서 제 동생까지 먹을 수 있다는 건데요. 원래는 김치를 물에 씻어 먹었는데 이제는 씻어 먹지 않아도 돼요. 또 옆집에 사는 은지네 할머니는 은지가 김치를 안 먹는다고 맨날 걱정하시던데 아무래도 우리 힐머니 김치 맛을 본다면 은지도 김치를 잘 먹는 아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옆집에 사는 은지한테도 주고, 멀리 사는 우리 이모네 집에 보내주고, 우리 할머니 김치 덕분에 우리 가족은 물론 다른 가족들까지 마음 따뜻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돼요. 이게 바로 윤영라 시인이 말하는 나눔의 미덕이 아닐까요?

 

 와! 기쁜 소식! 오늘 저녁에는 김치 겉절이에 수육을 먹는다고 해요. 저는 분명히 이렇게 외칠 것 같아요.

 

 “할머니! 저 밥 좀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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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 최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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